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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필독 도서

(16회 우수상) 한성욱 - [이상과 현실 ]

2020-11-17조회 1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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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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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작가의 <태평천하>는 1937년 중일 전쟁이 끝난 가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머슴 출신 지주부호인 ‘윤직원’과 그 일가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이 작품은 채만식 작가가 일제강점기 시대 시민들의 삶을 판소리 사설에서 쓰였던 표현법과 전라(북)도 사투리의 어감까지 사용하여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17세기 중반,‘경영형 부농’에 힘입었던 ‘평민지주부호’의 성장으로, 부와 계급의 관계가 역설적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배경의 주인공인 윤직원은 더 이상 신분 낮은 자신을 괴롭히는 조선의 관리들도 없고 자신의 아비를 죽게 만든 화적떼들도 존재하지 않는 일제강점기 시대를 ‘태평천하’라 일컫는다. 이 소설은 한말의 안일한 국가 의식과 개념, 조선 사회를 타락시키는 일제 세력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태평천하>에 등장하는 윤직원은 머슴 출신이지만 일제에 굴복하여 소작인들을 착취하고 체계 돈놀이, 수형 할인 등 고리 대금업을 통해 부를 쌓는다. 그러나 그는 작품 초반부터 인력거 삯을 깎고, 무임승차를 하며, 값이 싼 표를 사서 비싼 자리에서 공연을 억지로 관람하는 등 구두쇠의 면모를 보인다. 작가는 윤직원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을 윤직원 아버지의 죽음과 부패한 조선의 관리들을 통해 서술했다. 해당 배경은 윤직원으로 하여금 ‘나만 빼고 다 망해라’라는 관념을 심었다. 따라서 주인공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축적했고 이를 위해 극단적 이기주의의 모습을 보인다.
 
올바른 사회보장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국가의 잘못으로 기인된 윤직원의 이러한 태도는 비단 주인공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윤직원이 일제 강점기 시대를 태평천하라 일컫는 것은 부유층을 비교적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법이 개인의 재산을 보호했고 경찰들이 화적떼와 같은 불법적 집단의 활동을 저지했다. 이는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국가이론과 비교하자면 당연한 원리이다. 국가는 국민들의 재산 보호와 안전을 보장해야한다. 그런데 한말에는 구성원을 보호해야하는 관리들이 오히려 서민들을 괴롭히고, 국민들은 언제 어디서 화적떼가 나타날지 몰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화적떼를 물리치고 부패한 관리들을 견제할 사회적 제도 결여로 인해 결국, 서민들을 보호할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어있지 않았다.
 
이 작품에서 인력거꾼은 윤직원에게 삯을 깎였음에도 마땅히 대처 하지 못했다. 춘심이의 반지를 제공한 노점상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상황을 보아 윤직원은 자신이 증오하는 화적떼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작가는 사실적인 표현기법을 통해 서민들의 고된 삶을 표현하고 독자들에게 시사점을 남겼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민은 항상 불리한 형태로 발전했다. 따라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당 선언>을 집필하며 자본주의 폐단을 표방했다. 당시 서양 사회는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많은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했다. 그러나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있지 않아, 노동자들은 휴식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단순반복적인 작업을 계속하거나 매우 적은 임금을 받는 등 현재의 관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노동 착취에 시달렸다. 이러한 상황은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감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모던 타임즈>는 공장에 취직해 열심히 작업하는 서민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공장 인부들의 노력과는 역비례로 공장을 소유한 부르주아 계층은 인부들의 식사 시간마저 작업으로 대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감독은 주인공의 해학적인 모습을 통해 상황을 전개했지만 시청자들은 노력하며 살고 싶어도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한탄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에도 이러한 상황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까지도 연재되고 있는 웹툰 <복학왕> 중 ‘두더지 마을’에피소드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집값 순서대로 무리를 만들기도 하고 치솟는 집값을 견디지 못해 지하세계에 값싼 집을 지어 사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등, 다소 판타지적인 내용이다. 벌어지는 빈부격차와 유동적이지 않은 자본 소유층의 영향으로 작중 주인공 ‘김두치’가 “가진 놈들은 점점 더 부자가 된다.”라며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자본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는 장면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했다. 채만식 작가는 윤직원의 착취적 성격을 지닌 재산 축적과 서민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의 모습을 연출했다. 나는 해당 부분을 읽으며 국가의 기본 원리와 현재까지도 지속되는 계층 간의 갈등을 상기했다.
 
이 작품의 작가는 국가의 순기능에 모순적인 현실과 더불어 윤직원 일가의 몰락을 통해 조선인 사회를 부패시키는 일제 세력과 이에 동조하는 인물들을 풍자했다. 소설 속 윤직원은 한말 사회의 부패로 인해 반사회적, 반민중적 인물로 거듭난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윤직원이 해당 인물로 변모하게 된 상황을 개연성 있게 전달한다. 그러나 위 사건과는 별개로 윤직원이 당대 민족 현실을 거스르고 가문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소설 속 윤직원은 착취를 통해 부를 축적할 뿐만 아니라 무임승차를 하고, 인력거 삯을 깎고, 오래 살기 위해 오줌을 마시고, 자신보다 50살 넘게 어린 ‘춘심이’를 애인으로 만들기 위해 나이를 속이는 등 자신이 불려놓은 재산과는 역설적으로 초라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설정은 작가가 일제 세력에 힘입어 부정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서민들을 괴롭히는 악덕 자산가들을 풍자하기 위함일 것이다.
 
작가는 일제 세력에 힘입은 자산가들을 풍자하기 위해 윤직원 뿐 아니라 윤직원 일가 전체의 몰락을 표현했다. 작중 윤직원은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 가족들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으며 여자들에겐 ‘짝 찢을 년’남자들에겐 ‘잡어 뽑을 놈’등 쌍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윤직원의 패륜적 성격의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윤직원 일가의 행실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윤직원의 장남 ‘윤창식’은 가치관을 상실하고 타락했으며, 술과 노름에 빠졌고 여러명의 첩을 두고 있다. ‘고씨’는 창식의 부인이지만 세집 살림을 하는 창식 때문에 과부 취급을 받는다. 고씨는 윤직원의 부인인 ‘오씨’의 등살에 힘든 시집살이를 했음에도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에 윤직원과 다툰다. 윤창식의 첫째 아들인 ‘윤종수’는 향락만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후레자식이라 불린다. 그는 아버지 윤창식과 비슷한 점이 많다.
 
채만식 작가는 이 작품에서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켜 윤직원 일가의 몰락을 그려내는데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윤직원 일가가 대를 이어 몰락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윤용규’(1대 - 윤직원의 아버지)는 노름꾼이었으며 화적떼에게 살해당했다. 윤직원(2대)은 가족들과 불화가 잦고 부인인 오씨(2대)는 사망했다. 윤창식(3대)는 타락한 노름꾼이고 고씨(3대)는 대우받지 못하고 윤직원에게 핍박을 받는다. 윤종수(4대)는 후레자식이고 ‘윤경손’(5대)은 조부인 윤태식과 다투고 윤직원과 연애하는 ‘춘심이’와 연애한다. 윤직원 일가 중 긍정적으로 보이는 인물을 찾기가 힘들다. 그 중 ‘윤종학’(4대)만 행실이 바르지만 사회주의 운동에 동참하여 체포되고 만다.
 
작가가 윤직원 일가가 대를 이어 몰락하는 방식으로 표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적 인물만 존재하는 윤직원 일가 중 유일하게 긍정적인 인물인 종학이 그 중심에 있다. 윤직원은 자신의 부를 더욱 수월하게 축적하기 위해 종학이 경찰서장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종학은 윤직원의 기대와는 달리 사회주의자가 되어 일본 경찰에 체포된다. 작중 부정적 상황을 반전시켜야 함을 시사하는 장치로 종학이 설정되었다. 작가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깨어있는 시민 의식의 필요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윤직원 일가의 몰락을 일제 강점기 시대로 빗대었다고 볼 수 있는데, 작품의 제 14장 제목처럼‘해 저무는 만리장성’을 지나 ‘무너지는 만리장성’과 함께 파멸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자 했다.
 
자본주의 폐단과 더불어 일제 제국주의의 부정적 영향을 인지한 종학은 사회주의 운동에 몰입한다. 그러나 현재에도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는 드물다. 자본주의 가 풍족한 경제적 여건을 마련하기 쉬운 형태이기에 다수가 원만하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이론과 철학은 시대를 반영하므로 어느 사상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런데 많은 지식인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민주주의 형태도 불합리한 요소가 많다. 종학의 사회주의 운동을 폄훼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다. 채만식 작가가 현재 주어진 상황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세상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장치로 종학을 심어두었듯, 우리 지식인들도 종학의 태도를 본받아 현재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요소를 제거하고 후대에게 더 나은 현실을 선물해야 한다.
 
더 나은 현실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표현한 소설로 일제강점기 ‘염상섭’의 <만세전>을 들 수 있다. <만세전>은 시대의 불합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깨어있는 지식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발생하는 의식 변화와 정신적 성장을 다룬다. 지식인인 주인공이 아내의 위독함이 계기가 되어 동경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겪는 일들은 조선인이 식민지 국가의 시민으로서 받는 핍박과 고통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만세전>에 표현된 일본식으로 바뀌어버린 부산의 모습이나, 일본인 아버지를 동경하는 국수집 소녀, 형님과 아버지의 전근대적 사고방식은 어떠한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 절망적 상황을 연출했다. 세계적으로 제국주의가 팽창하던 시기, 일본은 조선을 침략하고 점령했다. 이는 윤리적으로 매우 잘못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굴복하고 암울한 상황을 타개하려하지 않는 일부 조선인들의 소시민적 태도도 문제가 있다. 윤직원 일가도 마찬가지이다. 일제에 굴복하여 재산을 축적하고 반민중적 태도를 유지하며 이어가는 삶은 국가의 밝은 미래를 삭제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학창시절부터 반복되는 일상과 끝없는 도전에 지친 현대인들의 모습을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멋진 우리 집, 좋은 자동차, 사이좋은 친구들, 화목한 가정과 행복한 삶을 상상한다. 현대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이상이자 욕망이다. 그러나 이상과 달리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혀 좌절할 수 있다. 그러나 굴복하고 절망하기만 한다면 나약한 인간으로서 아무런 발전도 이룩할 수 없을 것이다. <태평천하>의 작가 채만식은 일제 강점기 시대를 완전히 극복한 우리나라를 이상으로 목표하였을 것이다. 또한, 일제 강점기 시대를 극복한 이상적인 우리나라를 위해 신세대의 의지와 노력을 강조했다.
 
인간은 성장하고 발전해야만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언급했듯이 이상(이데아)과 같아질 수는 없더라도 이상에 닿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 발전한 자아를 성취할 수 있다. 지금부터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길러 현실의 벽을 극복하고 이상을 향해 나아가자. 이 책을 의지와 노력을 갈망하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추천한다.